신분증 마스킹, 어디까지 가려야 안전할까요?
신분증 마스킹은 "신분증 사진 한 장만 보내주세요"라는 말에서 시작됩니다. 정부지원사업 서류를 낼 때도, 비대면 대출을 신청할 때도, 입사할 회사에서도 듣는 말이죠. 그런데 그때마다 대개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다시 찍거나, 사진을 파워포인트에 넣고 검은 네모를 얹은 다음 캡처하거나.
되긴 됩니다. 그런데 그 두 방법 모두, 생각보다 잘 새어 나갑니다. 제대로 된 신분증 마스킹이 왜 필요한지부터 짚어 볼게요.
- 상황별로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 검은 박스·모자이크·블러 중 무엇을 써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 흔히 쓰던 방법에 어떤 함정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신분증 마스킹, 그거 좀 유난 아닌가요?
이 질문이 먼저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요. 신분증 사본 한 장이 그렇게 위험한가 싶으니까요.
그런데 법은 이미 그렇게 보고 있어요.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는 법령상 근거가 없으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거든요. 주민등록번호 처리 법정주의라고 불러요. 받는 쪽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전체 번호를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고, 본인 확인이 목적이라면 이름과 생년월일만으로 되는 경우가 많고요.
실제 피해도 이미 나왔어요. 메신저 피싱 등으로 신분증 사본이 유출된 뒤, 그 사본으로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가 새로 개통되고 핀테크 앱의 본인 인증까지 통과해 대출이 실행된 사건이 있었죠. 피해자 29명, 거래 338건, 분쟁조정 신청액은 24억 원이었어요.
사본 한 장이 곧바로 돈이 되지는 않아요. 대신 본인 인증의 출발점이 되죠.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가 생기면 그다음 인증은 줄줄이 통과되고요. 한 피해자는 이자 14.9%까지 떠안아야 했어요.
신분증 마스킹, 뭘 가리고 뭘 남겨야 하나요?
기준은 앞서 말한 그대로예요. 제출 목적에 필요한 것만 남겨요. 자주 겪는 네 가지 상황으로 정리했어요.
| 상황 | 남기는 것 | 가리는 것 |
|---|---|---|
| 중고거래 신분 확인 | 이름, 생년월일 정도 | 주민번호 뒷자리, 면허·여권번호, 주소, 발급일 |
| 비대면 대출·금융 | 기관이 안내한 필수 항목 | 안내에 없는 모든 항목 (특히 뒷자리) |
| 회사·알바 제출 | 이름, 생년월일, 사진 | 주민번호 뒷자리, 주소 상세 |
| 통장 사본 | 은행명, 계좌번호, 예금주 | 사본에 인쇄된 주민번호·전화번호 등 |
다만 제출처가 공식으로 안내한 필수 항목이 항상 우선이에요. 세무·보험처럼 법령에 따라 전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 절차도 있거든요. 애매하면 "뒷자리까지 필요한가요?"라고 한 번 묻는 것만으로 불필요한 노출이 줄어들어요.
참고로 신분증과 통장 사본을 함께 내야 한다면, 각각 가린 뒤 이미지를 PDF로 묶어 한 파일로 제출하면 깔끔해요.
검은 박스든 모자이크든 똑같지 않나요?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세 방식은 보기엔 비슷하지만 되돌릴 수 있느냐에서 갈리거든요.
모자이크(픽셀화)는 원본 픽셀 정보가 일부 남아요. 보안 연구기업 Bishop Fox는 픽셀 처리된 텍스트를 되살리는 도구 Unredacter를 공개해 복원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시연했어요. 문자는 종류가 한정돼 있어서, 가능한 조합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원문을 추정할 수 있다는 원리죠.
같은 이유로 블러도 안전한 선택은 아니에요. Unredacter가 직접 겨냥한 건 픽셀화지만, Bishop Fox가 안전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검은 막대로 텍스트 전체를 덮는 것 하나뿐이거든요.
| 방식 | 원본 픽셀 | 민감정보에 쓸 수 있나 |
|---|---|---|
| 검은 박스 | 완전히 덮임 | 권장 |
| 모자이크 | 일부 남음 | 복원 시연 사례 있음 |
| 블러 | 일부 남음 | 권장되지 않음 |
인물 사진의 배경을 정리하는 정도라면 블러가 자연스럽고 좋아요.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처럼 문자를 숨기는 목적이라면 검은 박스가 정답이에요.
포스트잇이랑 PPT 검은 네모는 왜 안 되나요?
둘 다 흔히 쓰는 방법인데, 새어 나가는 경로가 서로 달라요.
파워포인트나 PDF 편집기에서 사진 위에 검은 네모를 얹고 그 문서 파일을 그대로 보내면, 받는 쪽에서 도형을 클릭해 옮기는 순간 밑의 원본이 드러나요. 문서로 작업했다면 반드시 평면 이미지로 내보내야 해요.
비스듬히 찍히거나 조명이 반사되면 가장자리로 숫자가 새어 보여요. 재촬영을 반복하면서 화질도 나빠지고요. 원본을 잘 찍고 디지털로 정확한 영역만 가리는 쪽이 화질도 보안도 나아요.
신분증 마스킹, 실제로 어떻게 하나요?
개인정보 마스킹에 사진을 올리면 세 단계로 끝나요.
- 사진 올리기: 신분증·통장·서류 사진
- 가릴 부분 드래그: 여러 영역을 한 번에 지정할 수 있어요
- 방식 선택 후 내려받기: 민감정보라면 검은 박스
파일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브라우저 안에서 처리돼요. 가림이 이미지 자체에 구워지기 때문에, 앞서 본 "도형을 옮기면 드러나는" 문제도 생기지 않고요.
덧붙이면, 스마트폰 사진에는 촬영 위치(GPS)나 기기 정보 같은 메타데이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서 찍은 신분증 사진이라면 집 좌표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뜻이죠. 이 도구는 마스킹 과정에서 메타데이터도 함께 제거해요.
한 줄로 정리하면
신분증 마스킹의 원칙은 결국 하나예요. 제출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기고, 민감정보는 복원 불가능한 검은 박스로 가리는 것. 그리고 문서에 도형을 얹는 방식 대신 이미지 자체에 구워 내보내세요.
가릴 파일이 지금 손에 있다면 개인정보 마스킹에서 바로 처리하실 수 있어요.
참고자료
- 서울신문, 「신분증 사본 유출로 비대면 대출 피해」 (2023.08.09): 피해자 29명·거래 338건·분쟁조정 신청액 24억 원. 기사 보기
- Bishop Fox, 「Never, Ever, Ever Use Pixelation for Redacting Text」: 픽셀화된 텍스트를 복원하는 Unredacter 도구 공개 및 시연. 원문 보기
-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주민등록번호 처리의 제한). 국가법령정보센터